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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일하는 문예치료사의 하루

by ybabo 2025. 4. 14.

Creative Writing Therapist
created by DALLE3

Creative Writing Therapist

해가 뜨기 전, 병원의 고요함

병원은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지만, 시계는 오전 7시를 가리킵니다. 정신건강센터는 이미 하루 준비로 분주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북헬퍼 김지은입니다. 오늘은 예술의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설레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1. 이른 아침 시작: 환영 인사와 준비

7시 30분, 치료사 휴게실로 갑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다른 치료사들에게 인사를 나눕니다. 병원은 하루 종일 운영되기 때문에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교대로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돌봅니다. 그중 문학 치료사는 미술 매체를 활용하여 환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오늘 채팅에서는 어제 새로 온 환자 E, 최근 기분 변화가 심했던 B, 그리고 청력 문제가 호전된 C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 환자의 상태를 바탕으로 팀원들은 오늘 세션에서 어떤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눕니다. 여기서 작가 치료사의 하루가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2. 개인 상담: 색과 형태를 활용한 대화

오전 9시, 첫 수업이 시작됩니다. 오늘의 주제는 B 씨입니다. B 씨는 최근 슬픔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느끼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 볼까요?”라고 묻습니다. B 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짙은 회색과 검은색을 골라 종이 위에 붓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붓 끝에서 색이 서서히 퍼져 나가자, B 씨는 부드럽게 “가슴이 꽉 차고 답답해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의 말에 공감하며 “왜 그 색을 선택했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라고 묻습니다. 이 시간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B 씨의 깊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순간입니다.

3. 그룹 워크숍: 함께하는 치유의 공간 만들기

오전 11시, 여러 사람이 세 명의 환자와 만납니다. 오늘의 주제는 ‘나만의 안전한 공간’입니다. 각자 가장 기분 좋은 곳을 종이에 그리거나 콜라주로 표현합니다.

  • D 씨는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을 그리며 “파도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고요해져요.”라고 말합니다.
  • C 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키우셨던 정원을 그리며 은은하게 미소 짓습니다.

서로의 작품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환자들은 서로 이해받는다고 느낍니다. 그룹 내에서 서로를 느끼는 것은 개별 상담에서는 얻기 힘든 따뜻한 도움의 시스템을 만듭니다.

4. 점심시간: 잠깐의 휴식과 동료들의 생각

12시 30분, 치료실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오전 상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른 치료사와 환자들의 반응, 우리가 사용했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습니다. 이 시간은 치료사의 기술을 키우는 중요한 배움의 기회이자, 지치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5. 즐거운 계획 세우기: 미래를 위한 씨앗 심기

오후 1시, 다음 달에 할 크고 창의적인 작업을 구상합니다. 아이디어는 ‘계절의 순환’입니다.

  • 벽 장식
  • 시 낭독과 삽화 제작
  • 음악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행사

환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소속감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업 목록을 작성하고, 각 부서와 협력할 시간을 계획하며, 명확한 일정을 완성합니다. 미술 활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 과정에 중요한 도움이 되므로 신중한 준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6. 오후 세션: 다채로운 미술 매체 활용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개인 및 그룹 시간이 이어집니다.

  • D 씨와 함께 컬러 토크 테라피 진행
  • C 씨와 시 낭송 및 그림 믹스 세션
  • 신입 환자 E 씨와 모래 미술 활동

E 씨는 미술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망설였지만, 손으로 모래를 만지며 모양을 만들어가면서 스트레스가 서서히 해소됩니다. 그가 “생각보다 훨씬 좋네요.”라고 말할 때 저도 미소를 짓습니다. 작은 성취는 환자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다음 회의에 대한 희망을 키워줍니다.

7. 글쓰기와 기록: 치료의 흐름 유지

오후 4시, 파일실로 가서 그날의 치료 세부 사항, 환자의 행동, 그리고 다음 회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합니다.

  • 작품 사진 첨부
  • 환자 자가 보고 설문 답변 입력
  • 팀 회의용 요약 보고서 작성

이 기록은 팀원들이 치료 과정을 확인하고 환자가 얼마나 잘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8. 퇴근 전 되돌아보기: 하루 마무리하기

오후 5시, 잠깐 회고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느꼈던 점, 행복했던 이야기, 그리고 더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팀 리더와 동료들은 서로의 생각을 듣고 내일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환자가 “덕분에 오늘 기분이 좋아졌어요.”라고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이 한 줄은 저에게 선물이자 내일을 위한 힘이 됩니다. 예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내게 해 주며, 저는 환자의 머릿속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도우미입니다. 정신병원에서 보내는 하루는 단순한 직업 그 이상입니다. 색, 형태, 소리, 촉각으로 이루어진 치유의 길은 환자와 치료사가 함께 써 내려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저는 팔레트와 붓, 그리고 제 마음으로 환자들의 내면을 그려낼 것입니다.